Interview with Mimesis (테이크아웃: 이코)

Interviewer: 김미정 / October 23, 2018

Q. 「이코」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자동차 아래에 숨어있다가 놀라 도망치고 마는 길고양이가 떠올랐다.

Q. 「이코」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을 끌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나?

각기 다른 이유로 세상에 대한 마음을 닫고 자신을 묶어버린 두 주인공이 가련하게 느껴졌다. 어느 때보다 그런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시대를 살고 있기에 뒷맛이 씁쓸했다. 쓴맛이 조금 덜 나도록, 그리고 소설에서 묘사된 구체적 상황은 되도록 덜어내며 작업했다.

Q. 평소에 인물을 주로 그리는데, <이코> 속 인물들의 무엇에 주목하였나?

틱-장애를 가진 한 변호사를 아주 코믹하게 묘사한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그저 신기한 병이 다 있구나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이코>의 주인공의 것은 퍽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누구나 자기도 끔찍하게 여겨 숨기고 싶은 이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 대개의 사람은 그런 이면을 잘 제어하는 것뿐. 보통 사람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 공-재갈을 물린 주인공이 더 양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상처받아 마음을 닫은 사람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할 수 있었다.

Q. 보통은 검은 잉크를 사용하는데 이번엔 노란색을 배치하였다. 컬러로 요소로 표현 또는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색을 쓰지 않겠다는 원칙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색을 써서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색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렇게 하면 예쁠 것 같았다. 노란색(금색)은 검은색 다음으로 좋아하여 선택했다.

Q. 인물을 그릴 때, 그림을 보면 연극 무대 같기도 하고, 몸의 형태가 무용 예술처럼 강렬한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몸에 어떤 점이 끌리는가?

그림은 말을 들려줄 수 없으니, 그려놓은 인물들이 무언극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보다. 말이 없고 표정이 없고, 장소나 의상이 특정되지 않아서, 내 그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오직 몸짓이다. 그로 인해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할 수 있어 좋다.

Q. 스타일에 대해서 더욱 고민하는 편인가?

스타일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늘 결론은 같다. 그래서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가 보다.


Q. 그림을 그리면서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나?

전달하는 것 이전에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다. 내 감정은 전달되어도 좋고 되지 않아도 좋다. 보는 사람의 감정은 다 다르니까. 특정한 감정을 전달하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이 생겨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Q. 그림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땐 어떻게 하는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그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Q.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생각이 있나?

인류의 기원. 마음의 작동원리. 어떻게 살아야 하나.

Q. 색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나?

늘 있다. 색다른 기법 말고 색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고 싶고 표현하고 싶다.

Q. 의뢰를 받아서 하는 작업이 개인 작업에도 도움이 되나?

의뢰받은 그림이나 개인 작업이나 큰 차이는 없으나,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를 부여받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Q. 어떤 종류의 개인 작업을 하는지?

일기를 쓰듯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스스로에 대한 심리치료, 마음공부, 수양의 한 방편에 더 가깝다.

Q. 화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화가들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감상해야 할 시각 예술 넘쳐나서 그렇겠지만,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시각 예술에서보다 오히려 소리나 냄새,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는다.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고려 시대 불화를 좋아한다.

Q. 그림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가?

슬프거나 화나거나 짜증이 나거나 답답하거나 외롭거나 그립거나 창피하거나 하는, 주로 유쾌하지 않은 기분과 생각에서 나온다. 그림을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턱을 괴고 고민할 때 무심코 공책에 낙서하듯, 답답한 마음을 조금 풀어보려 그림을 그리는가 싶다.

Q. 어떤 도구를 주로 사용하나?

시중에 판매하는 검은 잉크나 먹물, 붓을 사용한다.

Q. 그리기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리는 것 이외에 다른 행위를 동시에 하지 않으려 애쓴다.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마주하고 기분 속에 있어 보려고 애쓴다.

Q.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도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최근에 어떤 작품을 읽었는가.

읽다가 읽기를 멈추게 만드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는다. 나에게 영감은 다른 게 아니라, 어떤 기억을 환기하는 것, 어떤 기분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 어떤 생각에 골똘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다. 최근엔 아껴두었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Q. 같이 일해 보고 싶은 문인이 있다면?

현재 나와 같은 세상을 살며, 예술이 과연 이 세상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문인과 일을 (핑계로 친구) 하고싶다.

Q.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떤 식으로 〈그림〉의 욕구를 표현하겠는가?

아마도 더 많이 먹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자고, 한편으로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테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려 발버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