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Magazine B
Interviewer: 류솔 / August 23, 2018
Featured: Magazine B Issue No. 69 <Maison Kitsuné> (대면 인터뷰 전, 사전 질문지에 대한 답변입니다.)
작업의 특징과 개인적 이야기
Q. 본격적으로 한국미술을 전공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다면요? 첫 작업물은 어떤 것들이었는지요?
한국화를 공부해야겠다는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없었습니다. 대학에서 한국화에 대해 공부하며 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또 저의 그림이 해외에 더 자주 소개될수록, 전통과의 연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평소 일을 위한 작업물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그리기 즐거운 주제나 대상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일상적으로 어떤 것들을 표현하기 좋아하는지?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듣고싶습니다.
개인 작업이 아닌, 일을 위한 그림이 오히려 작업하기에 즐거운 경우가 많습니다. 키츠네와 함께했던 '여우그림' 처럼요. 평소의 작업은 주로 내면의 감정들을 다루다 보니, 구상을 위해 묵은 감정들을 떠올려야 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개인 작업을 할 땐 마음이 무겁고 괴로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다루는 주제와 상관없이 손을 움직여 그리는 과정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Q. 인물의 캐릭터를 그려낼때 무엇을 표현하는데 가장 집중 하는지요.
보는 사람들이 그림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두는 데에 가장 많이 집중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구체적이거나 선언적이지 않도록 중립적인 화면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림 속 인물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Q.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해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의 그림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당신의 그림 스타일과 색채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요.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세상이 다 담길 수 있을 만큼의 스펙트럼이 내재하여 있는 것처럼, 저의 작업도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감정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 그림속의 신비한 분위기는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무나씨 고유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무나씨' 연작거의 10년이 다되었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합니다.
10년이 되어가지만, 앉아있던 무나씨 캐릭터가 일어섰고 몸과 얼굴이 좀 더 성숙해진 것 이외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단순히 내 안의 감정들을 직역하여 보여주기보다는, 두고 보면 위로가 되는, 더 단순하고 더 명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Q. 당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영감의 원천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가장 꽂혀있는 주제나 대상이 있다면.
영감의 원천은 마르지 않는 감정에서 나옵니다. 그 감정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고요. 요즈음은 자폐나 불안과 같은 성격장애에 관심이 많습니다.
Q.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패션 스타일을 전반적으로 묘사한다면 ? 하루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의 라이프스타일은 양식이라 부를 것이 없는 게 양식이랄까, 매우 불규칙합니다. 전시가 있을 때는 종일 작업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일 책을 읽거나, 자거나, 그때그때 다릅니다. 저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어지러운 책상을 정돈하는 일입니다.
키츠네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Q. 키츠네의 여우라는 상징이 함축하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캐릭터와 무나씨의 표정이 없는 듯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반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키츠네에 관한 개인적 의견(특히 비주얼적으로), 키츠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키츠네의 매력은 '여우' 같은 무언가 아닐까 싶어요.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절대 길들지 않는, 야생의 느낌을 정체성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미지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구미호라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무표정한 저의 캐릭터도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처음 무엇을 계기로 키츠네의 컬렉션 일러스트레이트를 진행하기로 결정 되었나?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브랜드 사이에 어떤 릴레이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에 키츠네의 아트디렉터 Clara 씨가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 주셨어요. 나중에 들었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의 작업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일러스트레션 작업을 한 이후, 이듬해 다른 전시 참여로 파리를 방문했을 때 Kitsuné Hot Stream 작업을 함께 했어요. 한국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도 만났고요.
Q. 구체적인 진행은 어떤식으로 이뤄졌는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염두해둔 점들은? 작업을 진행하며 서로 어떤 아이디어들을 공유 했는지?
일은 매우 편하게 진행되었어요. Clara가 처음 보내온 메시지를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회사 로고가 여우인데 그려볼 수 있겠니, 하지만 네가 원래 하던 작업 스타일은 바꾸지 않았으면 해. 난 널 믿어!' 그렇게 완전한 신뢰 속에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스케치를 보내고서 곧바로 최종안이 선택되어 그대로 작업해서 마무 했습니다. '여우'를 그리는 것 이외에 요구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키츠네라는 브랜드를 알기 위해 주로 키츠네 레이블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종잡을 수 없이 발랄하고 화려한 브랜드 이미지에 비해 제 그림이 너무 차분하고 어둡지 않나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들과 함께한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듣다 보니 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이미지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고 작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