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D Museum
Interviewer: 조은지 / June 20, 2020
Q. 무나씨라는 특이한 작가명을 사용하고 계신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 이름으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A. 학창시절 불교 서적을 읽다가 ‘무아無我’라는 개념이 멋져 보여 ‘아我’를 ‘나’로 슬쩍 바꾸어 ‘무나’라는 아이디를 만들어 사용했어요. 일기를 쓸 때마다 ‘나’를 주어로 한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인제 그만 ‘나’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작가명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나-씨가 되었습니다.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생각하기 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때는 몰랐던가봅니다. 언젠가 무나씨라는 이름값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Q. 동양화를 전공하셔서 그런 지 여백과 명상적인 정서가 그림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A. 동양화를 전공해서라기보다는, 타고난 성격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엉킨 것 중에 핵심만 간추리기를 좋아해서 그림에 여백이 많은 듯하고, 매사에 무심한 성격 탓에 명상적인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마음이 늘 심란하고 산만하여 그림에는 이상향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Q. 강의 시간에 낙서를 하다가 무나씨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작업에 대한 영 감을 얻으시나요?
A. 억지로 생각을 쥐어짜 내려 하지 않고 그리고 싶은 무엇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려 합니다. 그래서 작업량이 줄어든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영감을 얻는다기보다는, 말로 다 전하기 힘들거나 글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면 어떻게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Q. 전시와 출판, 협업 역시 꾸준히 하시는데요, 지금 작업적으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A. 특정한 분야를 가린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늘 관심이 있습니다. 단지 직업이니까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싶지는 않고, 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새로운 사명을 창조하고 싶습니다. 내가 그림으로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2015년에 《무나씨: 정말이지 너는》 전시를 개최하셨습니다. 이후 노르웨이, 싱가폴, 홍콩에서 전 시를 하셨는데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알게 된 인연들이 늘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오래전에 저의 프린트 에디션을 구매했던 싱가포르의 한 친구가 몇 년 뒤 큐레이터가 되어 저의 초대전을 열도록 소개해주었고, 또 그 전시의 관객으로 왔던 한 부부가 홍 콩에서 개인전을 열게 해주었습니다. 현재는 그 갤러리와 또 다른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요. 그렇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새로운 인연이 늘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림이 저와 세계를 중매해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