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Exhibition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다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November 25 - December 12, 2010
Brain Factory, Seoul, South Korea
Curator: Mihee Ahn
Artist’s Note
저는 작품 속에서 의중을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무언가 선언하고싶지 않습니다. 사실 말하고 나면 별 것 아닌 이야기인 것을 알기 때문에, 되도록 진지하고, 숭고한 분위기 속에서, 만만해 보이는 듯 하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구도와 포우즈를 선택합니다. 말해버리고 나면 별 것 아니지만, 작가가 사라지고 잘 숨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의미있고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곤 합니다. 그 과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원래는 그런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아니라 별 것 아닌 생각에서 그린 그림이야- 하며 비웃거나 놀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립하는 어떤 감정들을 발견했을 때, 그 '대립'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도록 인물들의 몸가짐을 바르게, 감정을 알 수 없도록 표정은 감춘 채로 '차이'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프로그래밍 된 <시-드로잉 기계>를 통해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작가인 저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한 편의 시와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 작가의 수고가 들지 않기에 관객들은 작가의 노고에 동요하거나 동정할 필요가 없으며, random 함수와 if 조건문이 선택한 단어와 이미지에는 아무런 동기도 목적도 없기에, 그 상징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물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무한하게 빠른 속도로 창작하는 천재적인 <시-드로잉 기계>에게 관객들은 질투를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작가가 작가의 존재를 숨기고 그림 안에서 어떤 사실에 대해 보여주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작가 주체가 소리내어 '말한다'라기 보다는, 마치 원래 어떤 책에 있던 낱 장의 그림을 찢어와 말없이 내밀어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관객은 작자도 출처도 알 수 없는 그림 한 장을 받아 들고는 오로지 그 그림에 제시되어 있는 것들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있는듯 없는듯 은근슬쩍 보여주고싶은 사실은, 내 안의 서로 다른 마음이나 생각들, 나와 타자 사이의 서로 다른 처지와 태도, 나와 나, 나와 타자, 나와 세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차이'는 서로 다른 극과 극의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경계짓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불분명한 경계를 보여주거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경계짓기와 차이에 대해 지겹도록 이야기 하여, 무감각 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내면에 경계를 긋고 그 양 극단, 혹은 다중의 이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다툼을 줄이고 싶습니다. 나와 타자를 나누는 틈, 나와 세계를 나누는 불연속을 완화시키고 싶습니다.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으나...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김대현은 첫 번째 개인전 <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다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에서 일련의 드로잉연작과 함께 그 확장으로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선보인다.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일기나 기록과 같은 드로잉으로 꾸준히 발표해 왔던 김대현은 이번 전시를 통해 특별하기를 거부하는 그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전달한다.
김대현의 드로잉에서는 유기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인물과 그 형상에서 증식되어 만들어진 동일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작품 안에 보이는 인물간의 제스처는 다시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주요 요건이 된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처럼 둘은 똑같이 닮아있지만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평소 자기와 타자의 관계 혹은 자아와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자아’로 인식되는 반복되는 형상은 친밀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드러내며 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흰 종이 위에 명료한 검은 먹 선으로만 간결하게 표현되는 인물은 감정이 지워진 무표정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이 둘은 대부분 측면을 바라보거나 서로를 바라보되 정면은 결코 응시하지 않는다. 이는 또한 화면 밖에 있는 타자를 의식하지 않고 둘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또 다른 자아인 알타에고(Alter Ego)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함께 전시되는 애니메이션 <시-드로잉 기계>는 드로잉의 연장이며 동시에 확장된 작업의 실현이다. 김대현은 작가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것이 아닌, 또 다른 매개를 통해 완성했다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시-드로잉 기계>라는 제목으로 작업의 성격을 부연하고 있다. 두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의 왼쪽에는 텍스트가, 오른쪽 화면은 기존의 드로잉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이미지로 되어있다. 텍스트의 한 문장 한 문장은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난해한 시의 구절처럼 읽히지만 이는 작가가 나열한 일련의 무의미한 단어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자동 조합되어 완성된 문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른편의 화면도 작가가 미리 그려놓은 여러 포즈의 인물들 그리고 배경이 무작위로 조합되어 완성된 드로잉에 다름 아니다. 이는 이질적인 요소를 병치하여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 (dépaysement)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백 여든 개의 뚱뚱하고 똑똑한 가시 위에’ 와 같은 문장과 함께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달을 배경으로 두 인물이 마주하고 있는 장면은 우리가 아는 단어나 이미지를 개연성 없는 관계에 놓이게 함으로써 기이하고 낯선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드로잉 속에서도 가위, 바늘과 같은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낯섦을 강조하는 방법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대상간의 이질적인 접목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우리의 감성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게 한다.
김대현은 작가노트에서 “작가가 사라지고 잘 숨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곤 합니다. 그 과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동기와 목적 없이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random 함수와 if 조건문이 선택한 단어, 그리고 이미지로 완성된 이번 작업을 통해 그는 작품 안에 작가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발견한 듯 하다. 하지만, 자신을 감추려는 극한의 방법으로서 자동조합에 의지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창조물은 결국 작가 자신에 의해 정해지고 결정된 단어들과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그의 내면에 있던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즉, 기계적 프로그래밍에 의해 조합된 미필연적 우연 뒤에 자아를 숨기려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더욱 분명하고 뚜렷하게 작가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김대현의 전시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다>는 내면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여느 자아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고 갈등해 봄직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그렇고 그런 사소하고 흔한 내용들이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이 타인을 통해 발견되는 것처럼, 작품에서 보여지는 두 인물은 내 안의 자아이며, 나와 타자의 관계를 명료하게 이미지화 한다. 이것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존재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타인에 대한 작가 자신의 수줍은 말 걸기이다.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but...
Mihee Ahn (Chief of exhibition, Gwangju Biennale)
In his first solo exhibition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Dae-hyun Kim shows series of drawings along with an animation as extension. The artist, who has continuously presented in front of the public the stories of people on existence and relationship in the form drawings, like diaries or records, uniquely conveys the story of himself, who denies to be special.
A human figure, composed of organic lines, along with the duplication of the same image, proliferated from the form, are often found in Kim’s drawings. The gesture between the characters becomes an important factor in constituting a new narrative. The two of them look so much the same as if they are facing a mirror, yet there exists a subtle difference. They reflect the artist’s long-lasting interest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 self and the other, or another self, and the repetitive form, indicative of the ‘self’, gives us a complicated feeling by simultaneously revealing both intimacy and unfamiliarity. The figures, concisely visualized by black ink lines on a white paper, have faces with no expressions in which emotion is eliminated, and mostly look at the sides or each other, but never stare the front. Their gazes suggest that the two people are withdrawing themselves into their own world without being aware of others outside the scene, entirely representing the appearance of ‘Alter Ego’, the other self.
The animation <Poetry-drawing Machine>, exhibited together with other works, is the extension of the drawings, as well as realization of the expanded work. In order to intentionally emphasize the meaning that his work was done through a different medium, without intervention of the artist himself, Kim elaborates the characteristics of his work with the title <Poetry-drawing Machine>. The work consists of two screens: one on the left shows text, and images of animation composed of the original drawings are located on the right. Each sentence in the text, at first, seems to be phrases in a difficult poetry, yet they are actually produced by automatic combination of meaningless words that the artist arranged through computer programming. Similarly, the animation on the right is also randomly compounded with drawings of people in various poses mixed with different backgrounds. The work reminds of surrealistic dépaysement, in which heterogeneous elements are juxtaposed to wake new senses. Indeed, sentences, such as ‘above 108 fat clever thorns’, put side by side with a scene, in which two figures face each other against the inflating moon that seem to explode soon, are creating an eccentric and unfamiliar scene by placing familiar words and images in a highly improbable relationship. He frequently uses subject matters such as scissors or needles to emphasize the unfamiliarity which, in turn, forms a new relationship and expands our emotional grounds through disparate grafts.
Kim has commented in his artist note that “If the artist can disappear and hide well, people find meaningful and important something from the work. I don’t want to disturb the process.” He seems to have found an ideal way to conceal himself inside the work using images and words, chosen by random and if functions programmed without any motive or purpose. However, the new creation formed depending on automatic combinations, as an extreme mean to hide, after all, exposed the other self residing inside of him through the mixture of images and words chosen by the artist himself. In other words, Kim’s attempt to hide his self behind the coincidence created through mechanical programming, ironically, revealed the artist more clearly and evidently.
The current Kim’s exhibition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seems to speak for the ordinary selves constantly asking trifle and common questions from inside on relationship among people that everyone would have once experienced and came into conflict. As some aspects of me could be found through interacting with others, the two human figures in Kim’s works represent my other self inside which clearly visualizes the relationship between me and the other. It is very private and personal, but the story is about universal existences and relationships, as well as a shy speaking of the artist himself on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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